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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오전 9:10:58 입력 뉴스 > 당진뉴스

[칼럼] 노아와 장애



        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어렸을 때 잠이 많다는 소리를 들었다. 특히 시험을 앞두고도 천근같은 무게의 눈꺼풀을 감당하지 못해 책상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 어머니에게 혼난 적도 있었고 침으로 책을 지저분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그 당시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한다는 아이들을 보면 참 신기했다. 새벽이란 이불속에서 단잠을 즐기는 시간이지 공부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잠이 줄어든 것 같다. 아니 새벽에 깨곤 한다. 거실에서 베란다 창밖으로 여명이 비치는 것도 즐기게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녁 열시쯤 잠자리에 들면 꼭 새벽 두 세 시경이면 깼다. 이 시간에 깨면 곤혹스럽다. 곧장 잠에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땅히 할 일도 없다. 새벽부터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는 것도 어색한 일이고 그 시간에 산에 가기에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혹자는 이제 노화현상이 시작됐으니 제2의 인생을 준비하라고 하였다. 선배교수는 새벽에 일어나 성경책을 읽고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성스러워져 종교생활을 열심히 하게 되었다고 신앙생활을 하라는 하늘의 명령이라고 하였다.

 

나이가 든다고 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연령에 따른 신체변화가 잠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노화로 인해 신체구조상 변화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신체변화는 때때로 장애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를테면 나이가 들면 예전에 잘 보이던 물체가 희미하게 보이기도 하고 내내 잘 들리던 소리도 어느 날 문득 모기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경우 사람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심한 경우 장애판정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장애에 대한 선입견 즉 장애란 열등한 사람이 갖는 것이라는 편견 또는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하면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애라는 말에 심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이런 현상은 노화지 장애는 아니라며 부정하기도 한다.

 

올 스승의 날 찾아뵈었던 지도교수님께서 청각장애판정을 받으셨다. 사모님께서 선생님도 이제 장애인이 되셨어요라고 하자 교수님께서는 손사래를 치며 역정을 내셨다. 하지만 장애등록을 하고 보청기를 샀더니 반값만 받더라고 하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복지제도가 잘되었다고 하시며 뿌듯해 하셨다. 교수님께서는 집에 전화 오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고 하였다. 그래서 전화가 오면 상대방이 말하기 전에 저는 귀가 안들립니다라고 하곤 재빨리 수화기를 내려놓았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가끔 전화를 드려서 통화를 했을 때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같다. 그동안 얼마나 불편하셨을까 라는 생각에 측은지심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아니 장애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 장애는 결코 특정한 사람이 특정한 시기에 갖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의 90%가 후천적인 이유로 장애인이 되었다. 교직생활 중 휴학을 했다가 장애를 입은 제자가 있었다. 가정형편 때문에 휴학을 해서 공장을 다니며 생계를 책임지다 부주의로 손목이 절단되어 지체장애인이 되었다. 재휴학을 하려고 연구실로 찾아왔는데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대화를 하여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였다. 너무 안타까웠다. 그때 장애는 늘 우리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중도에 장애를 갖게 되면 참으로 난감할 것이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고 마음은 주체하기 어렵고 생활은 뒤죽박죽될 것이다. 장애를 입게 된 당사자로서는 힘들고 어렵겠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마음을 잡아야 한다. 힌두교 경전에 마음을 정복한 사람에게 마음은 최고의 친구이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에게 마음은 최대의 적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부처는 훈련되지 않은 마음처럼 제멋대로인 것은 없다. 하지만 훈련된 마음처럼 잘 복종하는 것도 없다.고 하였다. 나이가 들수록 되씹어볼 말이다.

 

가대현기자(ssi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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